한국 DTx의 '허가 14건·건강보험 정식 등재 0건' 간극: 독일 DiGA·미국·일본과 비교해 수출 시장 순서를 어떻게 짤 것인가

한국은 2026년 1월 기준 DTx 품목허가 14건이지만 정식 건강보험 등재는 0건이다. 반면 독일 DiGA는 5,800만 명에게 처방되고, 2026년부터는 보상금 20% 이상이 성과에 연동된다. 한국 DTx 기업이 한국·독일·미국 시장을 어떤 순서로 공략할지 결정하는 프레임을 정리한다.

한국 DTx의 독일 DiGA·건강보험 심사 급여 경로 비교를 표현한 KoreaMED Global 썸네일

한국 디지털치료기기(DTx) 산업이 가장 명확한 역설에 서 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KODHIA)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국내 DTx 품목허가 누적은 14건이고, 2025년 한 해에만 10건이 허가돼 전년(2건)의 5배로 급증했다. 14건 전량이 국내 제조 품목이다. 그런데 정식 건강보험 등재는 0건이다. 디지털의료제품법(2025년 1월 시행)과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제정(2026년 4월)로 허가 문턱은 낮아졌지만, '처방·급여'로 이어지는 마지막 수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DTx의 경제적 가치는 허가가 아니라 처방·급여에서 실현된다. 글로벌 DTx 시장은 2026년 124.5억 달러(약 17조 원, Fortune Business Insights)로 1년 새 22.7% 성장할 전망이고, 정신건강이 27%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 기업이 이 시장에서 실적을 내려면, '한국에서 급여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독일 DiGA로 급여 근거를 먼저 만들 것인가'라는 시장 순서 짜기가 핵심 과제다. 이 글은 한국·독일·미국·일본의 DTx 급여 체계를 비교하고, 한국 DTx 기업이 시장 진입 순서를 결정하는 프레임을 제시한다.

한국: 임시등재 제도 도입, 그러나 정식 등재는 '0건'

한국 DTx의 규제·급여 체계는 4개 층위로 짜여 있다. (1) 식약처(MFDS) 디지털의료제품법(DMPA) 기반 품목허가, (2)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급여 적격성 심사, (3) 신의료기술평가(NECA nHTA), (4) 국민건강보험 등재다. (디지털의료제품법 DMPA 해부)

품목허가는 꾸준히 늘었다. 1호 에임메드의 불면증 DTx '솜즈'(2023.2 허가)를 시작으로, 2호 웰트의 'WELT-I'(불면증), 3호 뉴냅스의 인지치료소프트웨어, 4호 쉐어앤서비스의 호흡재활소프트웨어가 잇따랐고, 2025년 한 해 10건이 허가되며 누적 14건에 달했다. 적응증은 불면증·우울·불안·약물중독·호흡재활·인지기능 등으로, 정신건강·수면·재활에 집중돼 있다.

급여의 핵심은 2023년 8월 HIRA가 도입한 임시등재 제도다. DTx가 '혁신의료기술'로 고시되면 임시등재 상태로 약 3년간 의료기관에서 실사용되며 효과성·경제성을 입증하고, 이후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정식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개발업체는 임시등재 고시 전에 급여 또는 비급여를 선택해야 하고, 이후 변경은 불가하다.

문제는 임시등재 고시 금액이 시장 실제 가격과 크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에임메드의 불면증 DTx '솜즈'다. HIRA가 산정한 임시등재 고시가는 2만 5,390원이었고, 에임메드는 비급여를 선택해 의료기관 실제 처방가는 20~25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10배에 가까운 괴리다. 낮은 고시가는 이후 경제성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기업들은 임시등재 진입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HIRA는 2025년 '디지털치료기기 정식등재를 위한 급여적정성 평가기준 및 등재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디지털치료기기 특성을 반영한 보상체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DTx 기업이 처한 현실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허가 역량(14건)과 활발한 임상 생태계(2025년 의료기기 임상승인 126건 중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약 40% 이상)는 갖췄지만, 급여 체계가 뒤따라오지 못해 국내 매출 전환율이 낮다. 이것이 한국 DTx 기업이 해외 급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야 하는 근본 이유다.

독일 DiGA: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apps on prescription' — 그러나 2026년부터는 성과연동

한국 DTx 기업이 가장 먼저 노려야 할 해외 급여 시장은 독일 DiGA(Digitale Gesundheitsanwendungen)다. 2019년 디지털보건법(DiGA)과 DiGA 시행령(DiGAV)이 만든 Fast-Track 제도는, 근거기반 디지털건강앱을 약 7,300만 명의 법정건강보험(SHI) 피보험자에게 '처방 가능한 앱'으로 만들었다. BfArM이 평가·등재를 담당한다.

2026년 상반기 기준 DiGA 시장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지표 수치(출처) 의미
등재 DiGA 영구 44 + 임시 14 = 58건(2025.6); 누적 75건 이상 등재, 약 20% 말소(2026) 임시등재가 많아 진입은 가능하나 영구등재 증거 허들 존재
신청 현황 249건 신청(임시 191, 영구 58); 긍정 59·부정 29·철회 130(2026.6.3 BfArM) 철회율이 높아 '가능한 길'이지 '쉬운 길'은 아님
처방 2024년 말 기준 100만 건 이상 처방, 약 81% 활성화 실제 처방 전환은 이뤄지고 있음
누적 지출 약 2억 3,400만 유로(2024년 말) 건강보험 재원이 실제로 흐르고 있음
가격 출시가 3개월당 200~700유로(중위 514유로) → 협상 후 약 50% 인하(중위 221유로) 초기 고가 후 보험자와 협상/중재로 인하
주요 적응증 정신건강 > 근골격계 > 내분비(비만) > 신경 한국 DTx 주력(수면·우울·불안·재활)과 정합

DiGA의 핵심 허들은 '긍정적 보건효과(positiver Versorgungseffekt, pVE)' 입증이다. 임시등재는 '이익의 합리적 입증 + 연구계획'으로 가능하지만, 영구등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근거, 실무적으로는 무작위대조시험(RCT) 선호로 귀결된다. 이것이 자본·임상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벽이다.

그리고 2026년, DiGA 보상 모델이 구조적으로 바뀐다. 2026년 1월 1일부터 DiGA 보수의 최소 20%는 성과 측정(AbEM, accompanying success measurement)에 연동된다. 성과 지표로는 순응도·환자 만족도·이탈률 등이 거론된다. 제조사는 2026년 3분기부터 분기별 사용행태·만족도·이탈률 데이터를 생성하고, 6개월마다 BfArM에 익명·집계 형태로 제출해야 한다(최초 제출 2027년 4월 15일). 즉 DiGA는 '등재 = 끝'이 아니라 '등재 후 지속적 실사용 데이터로 보상이 재결정'되는 성과기반(value-based) 모델로 이동 중이다. DiGAV 개정은 2026년 1월 29일 관보 게재·2월 1일 시행됐다.

한국 DTx 기업에 대한 시사점은 명확하다. 독일은 여전히 가장 구조화된 급여 진입로지만, 2026년부터는 (1) 영구등재를 위한 RCT 수준 근거, (2) 등재 후 AbEM 데이터 인프라, (3) 성과연동 가격 설계까지 갖춰야 한다. DiGA로 들어가려면 '허가 증거'가 아니라 '급여·성과 증거'를 설계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미국·일본: reimbursement '공백'과 우회 경로

미국은 DTx에 대한 전용 급여 경로가 사실상 없다. 대부분의 DTx는 특정 청구 코드(billing code)나 급여 목록에 없어, 환자 자비 부담(out-of-pocket)에 의존한다. 산업계(DTA 등)가 보험자·CMS에 처방형 DTx 급여 경로 개설을 요구하고 있으나, 표준화된 급여 모델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DTx의 '상업화(commercial)' 시장이지 '급여(reimbursement)' 시장이 아니다. 한국 DTx 기업의 미국 접근은 자가부담·고용자 후원·환자 지원 프로그램 중심이 되며, 의료기기로서의 FDA 경로(SaMD·CDS 경계) 정렬이 선행된다(FDA CDS 가이던스 2026).

일본은 '앱 = 의약품/의료기기' 전용 경로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다만 후생노동성(MHLW)이 'Society 5.0' 차원의 디지털헬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일부 기업(CureApp 등)은 기존 의료기기 프레임워크로 금연 보조 앱을 승인받아 보험수가 적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 일본은 경로가 비공식적이라 '선두 사례'를 만드는 기업에 불균형적 기회가 주어지는 시장이다.

한국 DTx 기업의 시장 순서 결정 프레임

시장별 급여 구조를 비교하면 한국 DTx 기업이 가져야 할 시장 순서 판단이 보인다.

시장 급여 경로 증거 허들 가격/보상 한국 기업 전략적 위치
한국 HIRA 임시등재→정식등재(NECA) 허가 증거 + 임시등재 3년 실사용 고시가 낮음(솜즈 2.5만원) 본거지, 그러나 정식등재 0건·매출전환 지연
독일 BfArM Fast-Track(임시→영구) RCT 수준 pVE + 2026 AbEM 출시 €200~700/3분기 → 협상 후 절반 가장 구조화된 급여 진입로, RCT·데이터 인프라 필요
미국 전용 경로 사실상 없음 SaMD·CDS 규제 정렬 자가부담·상업 중심 급여 대신 상업·고용자 채널; FDA 규제 선행
일본 비공식(기존 의료기기 프레임) 사례별 보험수가 사례 존재 선두 사례 기회, 틈새

이 표에서 한국 DTx 기업이 내려야 할 전략적 판단은 두 가지 방향으로 압축된다.

방향 A — '한국 임시등재로 임상근거 축적 → 독일 DiGA 영구등재로 가격·급여 근거 확보' 순차 모델. 한국 임시등재 3년 기간을 실사용 데이터·다기관 임상 축적 기회로 쓰고, 그 근거를 독일 DiGA Fast-Track(임시등재 → 영구등재)에 올리는 모델이다. 독일 영구등재 가격(중위 221유로/3분기)은 한국 임시등재 고시가(솜즈 2.5만원)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고, 7,300만 피보험자 기반이다. 정신건강·수면·재활 등 한국 DTx 주력 적응증은 DiGA 주요 카테고리와 겹친다. 다만 2026년 AbEM(성과연동) 도입으로, 진입 전부터 순응도·이탈률·PROM 수집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

방향 B — '미국 상업화 + 한국 허가 참조' 병행 모델. 급여보다 빠른 매출이 우선이면 미국 상업·고용자 채널을 먼저 뚫고, 한국·독일 급여는 중장기로 배치한다. 이 경우 FDA SaMD/CDS 분류·사이버보안·소프트웨어 생명주기(IEC 62304) 정렬이 관건이다. 단, 미국은 '급여'가 없으므로 보험자 협상이 아닌 B2B/B2C 가격 설계 역량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임상근거 중심 한국 DTx 기업에게 **방향 A(한국 임시등재 근거 → 독일 DiGA)**가 가장 근거 기반·재무적으로 설득력 있는 경로다. 한국 정식등재가 0건인 현실에서, '독일 급여 근거 → 한국 정식등재 협상 레버리지'로 역방향 압력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다음 90일 실행 순서

  1. 임상근거·적응증 매핑 (0~30일). 자사 DTx의 임상 설계(임시등재 3년 다기관 데이터 계획 포함)를 DiGA '긍정적 보건효과' 입증 기준과 대비 매핑한다. 정신건강·수면·재활 등 DiGA 주요 카테고리와의 정합성을 점검한다.
  2. 데이터·AbEM 인프라 설계 (30~60일). 2026년 독일 성과연동(AbEM) 요건(순응도·만족도·이탈률·분기별 보고)을 제품에 설계 단계부터 반영한다. 한국 임시등재 기간 동안 같은 지표를 수집하면 독일 진입 시 재사용 가능하다.
  3. 독일 등재/가격 전략 수립 (60~90일). CE MDR 인증(Class I/IIa) → BfArM 임시등재 신청 → 영구등재 RCT 설계까지의 일정과, 출시가(€200~700/3분기)에서 협상 후 가격(중위 €221)까지의 가격 시나리오를 수립한다. 동시에 한국 정식등재 보상체계 연구(HIRA 진행 중)를 모니터링해 국내 가격 협상 레버리지를 설계한다.

'허가 14건·건강보험 등재 0건'이라는 간극은 한국 DTx 산업이 메워야 할 가장 시급한 데이터·제도 공백이다. 이 간극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가, 한국 임시등재에서 쌓은 근거를 독일 DiGA 급여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이 연결고리를 설계하느냐가, 글로벌 DTx 시장에서 '웰니스 앱'과 '처방형 치료제' 사이의 경계를 넘는 기업이 될지를 가른다.

참고 출처

  •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KODHIA), 한국 DTx 품목허가 누적 14건(2026.1 기준, 2025년 10건) — 한국데이터경제신문 보도 정리(2026).
  • 식약처(MFDS), 디지털의료제품법(2025.1 시행); 디지털의료기기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2종 제정(2026.4.30).
  •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2023.8, 임시등재 도안); 디지털치료기기 정식등재를 위한 급여적정성 평가기준 및 등재방안 연구(2025~); 에임메드 솜즈 임시등재 고시가 2만 5,390원(메디파나뉴스, 2025.3).
  • BfArM, Digital Health Applications (DiGA) — 등재 현황(2025.6 영구 44·임시 14; 2026.6.3 신청 249·긍정 59·부정 29·철회 130); DiGAV 개정(2026.1.29 관보, 2.1 시행).
  • npj Digital Medicine, The three-year evolution of Germany's Digital Therapeutics reimbursement program(2024); Healthcare effects and evidence robustness of reimbursable DiGA(2025) — 처방 100만 건 이상(2024년 말), 누적 지출 2억 3,400만 유로.
  • Prova Health, DiGA reimbursement in Germany explained(2025.7) — 가격 출시 중위 €514 → 협상 후 중위 €221; 2026년부터 보수 최소 20% AbEM 연동.
  • Inside EU Life Sciences, Germany changes rules for Digital Health Applications(2026.2) — DiGAV 개정·AbEM 성과연동 상세.
  • Fortune Business Insights, 글로벌 DTx 시장 2026년 124.5억 달러 전망(한국데이터경제신문 정리).
  • Digital Therapeutics Alliance, South Korea Regulatory & Reimbursement Pathways(2025.2).
  • 내부 연결: 디지털의료제품법 DMPA 해부, FDA CDS 가이던스 2026, EU AI Act Sa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