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MDR 기술문서, 한국 의료기기 회사가 놓치는 6곳

EU MDR Annex II 기술문서는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한국 의료기기 회사가 CE 인증 심사에서 자꾸 돌려받는 이유와, 실제 심사관이 확인하는 포인트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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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U MDR 기술문서인가

한국 의료기기 수출 기업 400여 개사 중 EU 시장에 진출한 곳은 상당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EU MDR(2017/745) 하에서 CE 인증을 유지하거나 새로 취득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적다. MDD(Medical Device Directive) 시절에 취득한 CE 마크를 MDR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문서(Technical Documentation) 요건이 크게 달라졌고, 이 차이를 간과한 기업이 심사에서 반려를 경험하고 있다.

2026년 4월, DNV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A)가 서울에서 MOU를 체결했다. 협력 목적은 한국 의료기기 제조사의 EU MDR·IVDR 대응 역량 강화. Notified Body가 직접 한국 협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은, 한국 기업의 기술문서 수준이 EU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시장 신호이기도 하다.

이 글은 EU MDR Annex II가 요구하는 기술문서 6개 섹션을 한국 의료기기 실무자 시각에서 정리한다. 각 섹션에서 한국 팀이 자주 놓치는 포인트를 짚고, 심사 전에 점검해야 할 항목을 제시한다.

Annex II 기술문서 구조 한눈에 보기

MDR Annex II는 기술문서가 반드시 포함해야 할 6개 섹션을 정의한다:

섹션 제목 핵심 내용
1 Device description and specification 제품 설명, 분류 근거, 의도된 용도, 변형/액세서리, Basic UDI-DI
2 Information supplied by the manufacturer 라벨, IFU(사용설명서), 다국어 요건
3 Design and manufacturing information 설계 단계, 제조 공정, 공급망, 설계/생산 현장 식별
4 General Safety and Performance Requirements (GSPR) Annex I GSPR 준수 증명, 적용·비적용 항목별 근거
5 Benefit-risk analysis and risk management ISO 14971 기반 위험관리, 이익-위험 평가
6 Product verification and validation 임상평가(CER), 생물학적 안전성, 소프트웨어 검증, 안정성, 성능 시험

모든 섹션은 "명확하고, 체계적이며, 검색이 쉽고, 모호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출되어야 한다(Annex II 서문).

섹션 1: 제품 설명에서 자꾸 걸리는 곳

의도된 용도(Intended Purpose)가 너무 넓거나 너무 좁다

MDR은 "의도된 용도"를 제품 분류, 임상평가 범위, 라벨링의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두 가지:

  • MFDS 심사용으로 쓴 intended use를 그대로 번역해서 제출: 한국 MFDS 등록 시 좁게 쓴 적응증을 EU에서도 그대로 쓰면, MDR 분류 규칙에 따라 더 높은 등급이어야 할 제품을 낮게 신청하게 된다. 반대로 MFDS용으로 넓게 쓴 적응증을 EU에서도 그대로 쓰면, 임상증거 범위가 실제 용도를 커버하지 못해 심사에서 보충 요구를 받는다.
  • 분류 규칙(Classification Rule) 근거를 빼먹음: MDR Annex VIII 분류 규칙 중 어떤 규칙을 적용했는지, 여러 규칙이 겹칠 때 가장 엄격한 것을 선택했다는 근거를 문서화해야 한다.

Basic UDI-DI와 변형/구성 관리

2026년 5월 28일부터 EUDAMED 4개 모듈이 완전 가동된다. 제조사는 Basic UDI-DI를 기술문서에 포함해야 하며, 변형·구성·액세서리 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 기업 중 아직 EUDAMED SRN(Single Registration Number) 등록을 마치지 않은 곳은 이 시점 전까지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체크리스트:

  • 제품명·상품명·일반 설명이 MDR 정의에 맞게 기술되었는가
  • 의도된 용도가 EU 환자 집단, 사용자, 사용 환경을 반영하는가
  • MDR Annex VIII 분류 규칙과 근거가 문서화되었는가
  • Basic UDI-DI가 할당되었는가
  • 변형·구성·액세서리 목록과 상호관계가 명시되었는가
  • 원재료·접촉 물질 목록이 포함되었는가

섹션 2: 라벨과 IFU, 번역만 하면 끝인가

MDR은 라벨과 IFU를 기술문서의 일부로 요구한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EU 회원국 언어 요건, 기호 표준(ISO 15223-1), UDI 관련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 팀이 놓치는 포인트

  • IFU에 환자용 요약이 빠진 경우: Class III 및 보형물 제품은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안전·성능 요약이 필요하며, 이 문서는 EUDAMED에 등록된다.
  • 전자 IFU(eIFU) 조건 미확인: MDR은 특정 조건에서만 전자 IFU를 허용한다. 재사용·수리가 가능한 전문가용 기기 외에 eIFU를 채택하면 심사에서 지적받는다.
  • 언어 요건 누락: 판매 예정 회원국의 공식 언어로 라벨과 IFU가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 기업은 영어 IFU만 준비해두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시장 진출 시 번역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섹션 3: 설계·제조 정보에서 심사관이 보는 것

설계 단계 문서화

MDR은 "설계에 적용된 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한다. 한국 기업의 ISO 13485 DHF(Design History File)가 충분히 상세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설계 입력→설계 출력→검증→검증→설계 변경 이력이 추적 가능해야 한다.

제조 공정 및 공급망 식별

Annex II 3.(b)는 제조 공정의 validation, 보조제, 연속 모니터링, 최종 제품 시험에 관한 "완전한 정보와 규격"을 요구한다. Annex II 3.(c)는 설계·제조가 수행되는 모든 현장(공급자·하청업체 포함)의 식별을 요구한다.

한국 기업이 자주 받는 질문:

  • 핵심 공정(critical process)의 validation 보고서가 어디 있는가
  • OEM·ODM 구조에서 실제 설계 책임자가 누구인가
  • 원재료 공급자 변경 이력이 관리되고 있는가

섹션 4: GSPR 체크리스트, 양식만 채우면 안 되는 이유

GSPR 준수 표

MDR Annex I에는 23개 GSPR(General Safety and Performance Requirements)이 있다. 기술문서 섹션 4에서는 각 GSPR에 대해:

  1.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지 여부
  2. 적용되는 경우, 어떤 방법으로 준수하는지(표준, 시험, 분석)
  3. 적용되지 않는 경우, 그 근거
  4. 준수에 사용된 조화표준(harmonised standard) 및 버전

를 문서화해야 한다.

2026년 1월 30일, EU 집행이사회 결정 2026/193이 OJEU에 게재되어 12개 조화표준이 추가·갱신되었다. 주요 변경:

표준 내용
EN ISO 7197:2024 신경외과 보형물—수두증 션트
EN ISO 10993-4:2017/A1:2025 의료기기 생물학적 평가—혈액 접촉 시험
EN ISO 14155:2020/A11:2024 의료기기 임상시험—GCP
EN ISO 14630:2024 비능동 수술 보형물—일반 요건
EN ISO 17665:2024 보건용품 습열 멸균
EN ISO 18562-1:2024 호흡 가스 경로 생물학적 평가

새 조화표준이 OJEU(유럽연합 공보)에 게재되면, 구버전 표준에 의존한 GSPR 준수 근거는 더 이상 적합성 추정(presumption of conformity)을 부여받지 못할 수 있다. 기술문서를 정적 파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서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섹션 5: 위험관리, ISO 14971과 MDR의 간극

MDR은 위험관리를 ISO 14971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Annex I Chapter I은 위험-이익 평가(benefit-risk analysis)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며, 임상평가·PMS 데이터가 위험관리 파일에 피드백되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자주 놓치는 연결고리

  • 위험관리 ↔ 임상평가(CER): CER에서 식별된 임상 위험이 위험관리 파일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PMS 데이터 → 위험관리 업데이트: 시판 후 감시 결과가 위험관리 파일 업데이트로 이어지지 않으면, 심사에서 "MDR Article 10(9) 순환적 피드백 미충족" 지적을 받는다.
  • Software lifecycle 위험관리: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의 경우 IEC 62304 위험관리 요건과 ISO 14971의 연결이 약한 경우가 많다.

섹션 6: 검증·검사, 특히 임상평가(CER)

CER 구조: MDCG 2020-13 따르기

MDR Annex XIV Part A는 임상평가 계획(Clinical Evaluation Plan)과 임상평가 보고서(CER)의 요건을 정의한다. MDCG 2020-13은 CER 작성을 위한 상세 가이드다. 한국 기업이 CER에서 자주 지적받는 부분:

  •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론 미흹: 검색 전략, 선정·제외 기준, 데이터 추출 방법이 불충분하거나 아예 기술되지 않음.
  • 등가성(equivalence) 주장의 근거 부족: 기존 제품과의 등가성을 주장하려면 MDCG 2020-5에 따라 기술적, 생물학적, 임상적 특성을 비교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자사 이전 제품과의 등가성을 당연시하는데, 심사관은 이를 엄격하게 검토한다.
  • PMCF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음: Class IIa 이상은 PMCF 계획이 필수인데, "시판 후 조사를 하겠다"는 수준의 기술로는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

생물학적 안전성(ISO 10993)

한국 기업이 MFDS 심사에서 받은 생물학적 안전성 시험 보고서를 EU MDR 기술문서에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MDR은 ISO 10993 시리즈 전체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며, 특히 2025년 개정된 EN ISO 10993-4:2017/A1:2025(혈액 접촉)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검증(IEC 62304)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의료기기는 IEC 62304에 따른 소프트웨어 검증이 필요하다. 심사관이 확인하는 핵심:

  • 소프트웨어 안전 분류(Safety Classification)에 따른 활동이 수행되었는가
  • 아키텍처 설계, 단위 검증, 통합 검증, 시스템 검증의 추적성
  • 알려진 문제(known issues) 및 잔존 결함(residual defects) 관리
  • SBOM(Software Bill of Materials)과 사이버보안 평가(IEC 62443)

EUDAMED 등록: 2026년 5월 28일 마감

2025년 11월 EU 집행이사회가 EUDAMED 4개 모듈의 완전 가동을 발표했다. 2026년 5월 28일부터 다음 의무가 발생한다:

의무 대상 내용
기기 등록 전 제조사 신규 기기는 EU 시장 출시 전 EUDAMED 등록 필수
경제사업자 등록 제조사·수입자·EU 수권대리인 SRN 취득 및 정보 등록
NB 증명서 업로드 제조사 유효한 NB 증명서를 EUDAMED에 등록
UDI-DI 등록 전 제조사 Basic UDI-DI 및 기기별 UDI-DI 등록

한국 기업이 EUDAMED 등록을 미루면, EU 수권대리인(European Authorized Representative)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EU 수권대리인 역할이 달라졌다

MDR Article 11은 수권대리인의 의무를 MDD보다 크게 강화했다:

  • 기술문서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함(제3자에게 제공 가능)
  • EUDAMED에 제조사 대신 등록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
  • 제조사가 의무를 위반하면 수권대리인도 책임질 수 있음
  • PRRC(Person Responsible for Regulatory Compliance) 지정 요건

한국 기업이 수권대리인을 단순 "주소 제공자"로 생각하면 안 된다. MDR에서 수권대리인은 공급망의 실질적 규제 파트너다.

한국 기업을 위한 준비 로드맵

즉시(0–30일)

  1. EUDAMED SRN 등록 여부 확인, 미등록 시 즉시 등록 절차 시작
  2. EU 수권대리인과 MDR Article 11 의무에 대한 계약 재검토
  3. 현재 보유한 기술문서를 Annex II 6개 섹션에 매핑

단기(30–90일)

  1. GSPR 준수 표를 2026년 조화표준 갱신에 맞춰 업데이트
  2. CER이 MDCG 2020-13 가이드를 따르는지 갭 분석
  3. 위험관리 파일과 CER·PMS의 연결고리 점검
  4. 제품 분류(Class) 재확인—MFDS 분류와 MDR 분류가 다를 수 있음

중기(90–180일)

  1. IFU 다국어 번역 계획 수립(영어 + 주요 타겟 회원국 언어)
  2. PMCF 계획 구체화
  3. Notified Body 선정 및 심사 일정 조율—NB 여력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므로 12–18개월 전 예약 필요

기존 CE(MDD)에서 MDR 전환 시 주의점

MDD 하에서 취득한 CE 인증서를 MDR로 전환하려면:

  • 2021년 5월 26일 이전에 발급된 MDD/AIMDD 인증서가 유효해야 함
  • 제품의 설계나 의도된 용도에 **중대한 변경(significant change)**이 없어야 함
  • MDR 지정 Notified Body와 계약이 체결되어 있어야 함
  • 포장·멸균 validation이 MDR Annex II/III 요건을 충족해야 함

포장 재질, 멸균 방식, 라벨링·UDI 변경은 legacy status를 무효화할 수 있다. 변경 전 Notified Body와 협의해야 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