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집중구매(VBP) 11차까지 돌아본 교훈: 한국 제약사가 중국 공공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중국의 국가 집중구매(VBP)가 11차까지 진행되면서 제약 시장의 가격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한국 제약사가 VBP 입찰 전략, 품질일치성평가, NRDL 연계,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중국 VBP 집중구매 입찰 전략과 한국 제약사 시장 진출을 표현한 KoreaMED Global 썸네일

왜 지금 중국 VBP를 다시 봐야 하나

중국의 국가집중구매(Volume-Based Procurement, VBP)는 2018년 4+7 시범사업 이후 2025년까지 총 11차례 시행됐다. 누적 절감액은 약 600억 달러에 달하며, 평균 약가 인하율은 50%를 넘는다(L.E.K. Consulting, 2026). 2025년 10월 종료된 11차 VBP에서는 55개 품목에 445개 기업이 794건의 입찰을 냈고, 272개 기업이 453개 품목을 낙찰받았다(Pacific Bridge Medical, 2025).

한국 제약사에게 VBP는 단순한 가격 이슈가 아니다. 중국 공공병원 시장의 80% 이상이 VBP 낙찰약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낙찰되지 않으면 공공병원 채널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반면 낙찰하면 대량 보장 물량을 얻지만, 가압 인하 폭이 커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VBP의 규칙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11차에서는 단순 최저가 낙찰에서 벗어나 품질·공급안정성·신용평가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Simon-Kucher, 2025). 2026년 현재 VBP는 중국 제약 시장의 영구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한국 제약사가 중국 진출을 검토한다면 VBP 대응 전략이 시장진입 전략의 핵심이 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 제약사가 중국 VBP 체제에서 어떤 품목이 VBP 대상이 되는지, 입찰 규칙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낙찰·비낙찰 시나리오별 대응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VBP 구조: 어떻게 돌아가나

기본 메커니즘

VBP의 핵심은 "물량 보장과 교환한 대폭적 가격 인하" 다. 국가의료보장국(National Healthcare Security Administration, NHSA) 산하 국가공동약품구매판공실(National Joint Drug Procurement Office)이 주관한다.

  1. 대상 선정: 특허 만료·다수 제조사 생산·구매 규모가 큰 품목
  2. 물량 예측: 46,000개 이상 의료기관이 참여해 사용량 예측 제출
  3. 입찰: 품질일치성평가(GCE) 통과 제품만 참여
  4. 낙찰: 규칙에 따라 다수 낙찰 허용(1개 품목당 평균 14개 기업 경쟁)
  5. 이행: 낙찰가로 보장 물량 공급, 공공병원 의무 사용

VBP 회차별 추이

회차 시기 품목 수 특징
1차(4+7) 2018~2019 25 11개 시범 도시, 최저가 낙찰
2차 2020 33 전국 확대
4차 2021 45 품질그룹 도입
5차 2021 61 사출제(Injectable) 본격 포함
7차 2022 60 생물의약품(인슐린) 첫 VBP
10차 2024~2025 62 사출제 비중 확대, 경쟁 심화
11차 2025 55 46,000개 기관 참여, 낙찰률 57%

지역 VBP와 생물의약품 VBP

국가 VBP 외에 지역 VBP가 가속화되고 있다. 안후이성은 생물의약품 VBP를 선도하고 있으며, 플라즈마 제제, 재조합 단백질, 단클론항체가 대상이다(Simon-Kucher, 2025). 지역 VBP 낙찰가가 타 지역이나 국가 VBP의 참고가로 교차 인용될 수 있어, 영향이 해당 성(省)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기기·소모품 VBP도 6차까지 진행됐다. 관상동맥 스텐트, 척추 고정물, 수액세트 등이 이미 VBP를 거치면서 가격이 70~90% 하락했다(ZS, 2026).

한국 제약사가 알아야 할 핵심 변화

1. 품질일치성평가(GCE)가 참여 조건

VBP 입찰에 참여하려면 해당 품목이 NMPA의 품질일치성평가(Generic Consistency Evaluation, GCE) 를 통과해야 한다. GCE는 국내 복제약의 품질과 유효성이 원저약과 동등한지 평가하는 제도로, 2012년 도입됐다.

한국 제약사의 경우:

  • 한국 MFDS 허가 데이터만으로 GCE를 통과할 수 없다. NMPA의 CDE(Center for Drug Evaluation)에 별도로 GCE 신청을 해야 한다
  • 사출제(Injectable)는 NMPA가 2020년 별도 기술 가이던스를 발행해, 일반 경구제보다 더 엄격한 품질 요건을 적용한다(NMPA, 2020)
  • 적어도 2년 이상의 제조 경험과 깨끗한 GMP 이력이 요구된다(Simon-Kucher, 2025)

2. 입찰 규칙이 단순 최저가에서 종합 평가로 이행

11차 VBP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최저가가 반드시 낙찰되지 않는다" 는 점이다. 새로운 규칙은:

  • 참조가격 메커니즘(Reference Price Mechanism): 비정상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플래그하여, 원가 이하 덤핑 여부를 심사
  • 부활 채널(Revival Channel): 품질·공급안정성 기준을 충족하는 비낙찰 제품을 재검토
  • 신용평가(Credit Evaluation): 2020년 도입된 제약기업 신용평가제도가 2025년 개정되어, 부정·비위·독점 위반 시 낙찰 자격 제한은 물론 공공조매에서 퇴출까지 가능하다(Arnold & Porter, 2025)

2021년 9월~2025년 4월까지 총 734개 기업이 부정신용평가를 받았다(NHSA, 2025). 한국 기업이 중국 파트너를 통해 간접적으로 VBP에 참여하는 경우, 파트너의 신용평가 이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3. NRDL과 VBP의 연계

국가의료보험약품목록(NRDL, National Reimbursement Drug List) 에 등재된 품목이 VBP 대상이 되는 구조다. 현재 NRDL은 3,100개 이상의 약품을 포함한다(C.I. Process, 2026). 신약이 NRDL에 진입하려면 가격 협상을 거쳐야 하며, 이후 특허 만료·다수 제조사 생산 조건이 충족되면 VBP 대상이 된다.

한국 제약사가 혁신신약을 중국에 출시하는 경우, NRDL 협상→특허 만료→VBP 낙찰→가격 하락의 사이클을 미리 염두에 두고 런칭 가격과 로열티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낙찰·비낙찰 시나리오별 대응

시나리오 이익 리스크 대응 방안
낙찰(독점) 보장 물량 확보, 시장 점유율 급증 가격 인하 50~90%, 수익성 악화 원가 절감, 다품목 포트폴리오로 상호 보완
낙찰(공동) 일부 물량 보장 경쟁 심화, 물량 분할 품질 차별화로 병원 채널 확보
비낙찰 공공병원 채널 사실상 퇴출 민간병원·온라인 약국 채널로 전환,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
VBP 대상 외 가격 유지 가능 향후 대상 편입 리스크 특허 전략·적응증 확대로 대상 편입 지연

낙찰 전략의 핵심: "최저가보다 공급안정성"

11차 VBP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독일 B. Braun이 원저약으로 낙찰을 따낸 사례다. 외국기업이 중앙구매 규칙을 수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Pacific Bridge Medical, 2025). 한국 제약사도 원가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 이력, 공급 안정성, 신용평가 점수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비낙찰 시나리오: 대체 채널 전략

비낙찰 시 공공병원 채널에서 퇴출되지만, 민간병원, 국제병원, 온라인 약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C) 채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VBP 낙찰약에 대한 환자 불신이 존재하며, 소득 수준이 높은 환자층은 자비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저약이나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C.I. Process, 2026). 이 현상으로 인해 이원화된 제약 시장(two-tier market) 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 제약사가 12개월 안에 해야 할 일

1~3개월: 노출도 평가

  • 현재 중국 시장에 판매 중이거나 진출을 검토 중인 품목이 VBP 대상·예상 대상인지 확인
  • NRDL 등재 여부, 특허 만료 시점, GCE 통과 여부(또는 신청 가능 여부) 점검
  • 중국 파트너(등록소지자/유통사)의 신용평가 이력 확인

4~6개월: 입찰·비입찰 시나리오 수립

  • VBP 입찰 참여 여부 결정: 낙찰 시 원가 구조가 수익성을 유지하는지 분석
  • 비참여 시 대체 채널(민간·국제병원·CBEC) 전환 계획 수립
  • NRDL 협상 전략과 VBP 연계 로드맵 작성

7~12개월: 실행 준비

  • GCE 미통과 품목은 NMPA CDE에 GCE 신청 준비
  • 중국 내 제조 경험 요건(2년) 충족 여부 확인
  • 지역 VBP 동향 모니터링: 안후이성 생물의약품 VBP 등 지역 동향이 국가 VBP에 미치는 영향 추적
  • 입찰 참여 시 NMPA 등록 규정과 중국 시장 진입 전략을 통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 ChinaMedGlobal의 NMPA 등록·중국 시장진출 가이드에서 국가별 의약품·의료기기 등록 요건과 최신 VBP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실무에서 자주 생기는 오해

"VBP 낙찰하면 중국 시장에서 대박이다" → 보장 물량은 크지만, 가격 인하가 50~90%에 달한다. 원가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낙찰이 오히려 적자를 키울 수 있다.

"VBP는 중국 내수 기업만의 문제다" → 외국기업 참여가 늘고 있다. B. Braun의 11차 낙찰 사례처럼, 다국적기업이 중앙구매 규칙을 수용하는 추세다. 한국 기업도 VBP를 전략적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 MFDS GMP 인증이 있으면 중국 GCE도 쉽게 통과한다" → MFDS와 NMPA는 MRA(상호인정협정)를 체결하지 않았다. 한국 GMP 이력은 참고 자료일 뿐, NMPA의 GCE는 별도 심사 과정을 거친다. 사출제는 특히 엄격하다.

"VBP 비낙찰 = 중국 시장 철수" → 공공병원 채널에서는 사실상 퇴출이지만, 민간·국제병원·CBEC 채널이 대안이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이 가능한 품목은 비낙찰 시나리오에서도 유의미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참고 출처

  • Pacific Bridge Medical, "China Adds 55 Drugs to The New 11th VBP Round, Tightens Rules on Quality and Supply Stability" (2025)
  • Simon-Kucher, "What the Latest Volume-Based Procurement Changes in China Mean for Pharma" (2025)
  • L.E.K. Consulting, "Navigating China's Volume-Based Procurement in the Pharma Industry" (2026)
  • C.I. Process, "VBP China: Drug Prices, Hospitals, and Consumption" (updated April 2026)
  • C.I. Process, "The Pharmaceuticals Market and Drugs Approval in China" (2026)
  • Arnold & Porter, "China Compliance Update: Life Sciences — Summer 2025" (2025)
  • Frontiers in Pharmacology, "The Impact of Chinese Volume-Based Procurement on Pharmaceutical Market Concentration" (2024)
  • PLOS One, "Pharmaceutical Expenditure Changes Under the Volume-Based Procurement Policy" (2025)
  • NMPA, "Announcement on Performing Consistency Evaluation of the Quality and Efficacy of Generic Chemical Injection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