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중앙허가: 한국 제약사가 첫 MAA를 준비할 때 알아야 할 것
EMA 중앙허가는 EU 27개국에 한 번에 시장 접근권을 얻는 길이지만, 제출 자료 구조와 내부 역량 준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첫 cycle에서 거절 opinion을 받는다.
한국 제약·바이오텍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EMA(European Medicines Agency)의 중앙허가 절차(Centralised Procedure)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다. 한 번의 제출로 EU 27개국과 EEA 3개국(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서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허가(Marketing Authorisation)를 얻는다.
문제는 이 절차가 "영문 자료만 번역해서 내면 된다"는 오해에서 출발할 때 생긴다. EMA는 Module 1부터 Module 5까지의 eCTD 구조를 요구하고, CHMP(인체의약품위원회)는 210일 안에 과학적 평가를 완료한다. 이 210일 동안 한국 스폰서가 준비하지 않은 질문이 들어오면 clock-stop이 길어지고, 최악의 경우 거절 opinion이 나온다.
EMA 중앙허가의 핵심은 자료의 양이 아니라, CHMP가 210일 검토 안에서 핵심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는 논리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중앙허가가 의무인 품목과 선택인 품목
중앙허가는 모든 의약품에 대해 열려 있지 않다. Regulation (EC) No 726/2004에 따라 의무(mandatory) 품목과 선택(optional) 품목이 구분된다.
의무 품목:
- 바이오기술로 제조된 의약품(재조합 단백질, 모노클로날항체, mRNA 백신 등)
- 희귀의약품(Orphan designation 획득 품목)
- HIV/AIDS, 암, 당뇨, 신경퇴행성질환, 자가면역질환,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 신물질
- 선진요법의약품(ATMP: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조직공학 의약품)
선택 품목:
- 위 의무 범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활성물질을 포함하고 유의미한 치료적·과학적·기술적 혁신에 해당하는 경우
- 환자 이익(patient interest at Union level) 측면에서 EU 차원의 허가가 타당한 경우
한국 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항체·ADC·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 대부분은 의무 범주에 들어간다. 반면, 화학 신약 중 적응증이 상기 의무 질환군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전 적격성(eligibility) 확인이 필요하다.
적격성 판단은 언제 받나
신규 활성물질이면서 선택 범주에 해당하는 품목은, MAA 제출 전에 EMA에 적격성 요청(Eligibility Request)을 제출해야 한다. EMA는 보통 월 1회 CHMP 회의에서 이를 논의하며, 결과에 따라 중앙허가 경로를 이용할지, 회원국별 국가허가(Decentralised / Mutual Recognition) 경로를 이용할지가 결정된다.
2026년 CHMP 일정을 보면, 매월 제출 마감일이 정해져 있고, 해당 월 CHMP 회의에서 적격성 여부가 논의된다. 예를 들어 2026년 1월 5일 제출 마감이면 1월 26–29일 CHMP 회의에서 논의·의결된다.
제출 자료 구조: eCTD Module 1–5
EMA 중앙허가는 eCTD(Electronic Common Technical Document)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2025년 12월부터 eCTD v4.0이 선택적으로 도입되었고, 2027년경 의무화가 예상된다. 현재는 v3.2.2와 v4.0 병용이 허용된다.
Module 구조와 한국 스폰서가 놓치는 부분
| Module | 내용 | 한국 스폰서가 자주 놓치는 점 |
|---|---|---|
| Module 1 | 행정·규제 정보(신청서, 제품정보, 환경영향평가, 소아 계획 등) | EU 내 대리인/MAH 지정, 소아 의약품 계획(PIP) 준수 여부 |
| Module 2 | 요약문(Clinical Overview, Nonclinical Overview, Quality Overall Summary) | 한국어 내부 보고서를 영문 overview로 재구성하는 논리 일관성 |
| Module 3 | 품질(CMC: 원료, 제조공정, 분석법, 안정성) | MFDS 기준으로 작성된 규격을 ICH/EP 기준에 맞게 재검증 |
| Module 4 | 비임상(약리, 독성, 약동력) | GLP 기관의 OECD GLP 준수 증명, 종간 외삽 논리 |
| Module 5 | 임상(임상시험 보고서, 통합 분석, 안전성 데이터) | 한국 임상 데이터만으로 EU 환자군에 대한 외삽 근거 부족 |
Module 1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소아 의약품 계획(Paediatric Investigation Plan, PIP)이다. EMA는 원칙적으로 모든 신약에 대해 소아 계획을 요구하며, PIP가 승인되지 않으면 MAA 제출이 제한된다. 성인 전용 적응증이라도 면제(waiver) 또는 연기(deferral) 근거를 PDCO(소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Module 3에서는 MFDS(식약처) 승인 규격과 EP(유럽약전) 또는 ICH 가이드라인 간 gap이 자주 발견된다. 한국에서 사용한 분석법이 유럽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안정성 데이터의 보관 조건이 ICH Q1A 기준과 다른 경우가 대표적이다.
CHMP 평가 타임라인: 210일의 구조
중앙허가의 과학적 평가는 최대 210 영업일(active days) 내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clock-stop(일시정지)이 발생하면 실제 소요 기간은 더 길어진다.
| 시점 | 주요 활동 | 한국 스폰서가 준비할 것 |
|---|---|---|
| Day 1 | 검증 완료, 평가 개시 | — |
| Day 70 | Rapporteur·Co-rapporteur 예비 평가 보고서 | — |
| Day 100 | CHMP 위원 의견 제출 마감 | — |
| Day 120 | CHMP가 질문목록(List of Questions) 채택 | Clock-stop 시작 |
| Day 121 | 스폰서 응답 제출 후 clock 재시작 | 3개월 내 영문 응답, 수정 SPC/라벨 |
| Day 150 | 공동 평가 보고서 | — |
| Day 180 | CHMP 최종 논의, 미해결 사항(List of Outstanding Issues) 채택 | 2차 Clock-stop 가능 |
| Day 210 | CHMP opinion 채택 | 긍정 또는 부정 opinion |
| Day 277 | EC(European Commission) 최종 결정 | EU 전역에서 허가 효력 발생 |
실제 소요 기간은 clock-stop을 포함하면 보통 12–18개월이다. 한국 스폰서가 Day 120 질문에 응답하는 데 3개월, 2차 clock-stop에서 추가 2–3개월이 소요되면, 제출 후 약 15–18개월 뒤에 EC 결정이 난다.
가속 평가(Accelerated Assessment)와 PRIME
중앙허가의 표준 평가 기간은 210일이지만, **가속 평가(Accelerated Assessment)**를 신청·승인받으면 150일로 단축된다. 가속 평가는 중대한 공중보건 이익(major public health interest)이 예상되는 의약품에 대해 신청자가 요청하고 CHMP가 승인하는 별도의 절차다.
**PRIME(Priority Medicines)**은 가속 평가와 별개의 지정 제도다. PRIME은 unmet medical need를 해결하는 혁신 의약품에 대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강화된 과학 자문과 조기 CHMP 라포르테르 임명 등을 제공한다. PRIME 지정 자체가 150일 타임라인을 자동 부여하지는 않지만, PRIME 지정 품목은 가속 평가 신청 시 승인 확률이 높다(약 90%). 한국 바이오텍이 타겟하는 희귀질환·종양·신경계 질환 후보물질이 PRIME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사전 준비: 제출 7개월 전에 시작해야 할 것
EMA는 제출 최소 7개월 전에 다음 사전 활동을 권장한다.
1. Pre-submission meeting 요청
EMA에 사전미팅을 요청하면, 제출 전에 CHMP가 제품의 규제 전략, 데이터 패키지, 임상 개발 계획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한국 스폰서가 자주 묻는 질문:
- 한국 Phase 1·2 데이터만으로 EU 환자군에 대한 bridging이 가능한지
- CMC 데이터에서 한국 제조소의 GMP 준수가 EMA 검토에서 충분한지
- PIP 면제 근거가 충분한지
2. Rapporteur·Co-rapporteur 선정
CHMP 위원 중 1명의 Rapporteur와 1명의 Co-rapporteur가 평가를 주도한다. 한국 스폰서는 EMA에 선호하는 Rapporteur 국가를 요청할 수 있다. 해당 국가의 규제기관이 한국 제조소에 익숙한지(예: 이탈리아 AIFA, 독일 BfArM, 네덜란드 MEB)를 고려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3. IRIS 등록
EMA의 IRIS 플랫폼에 등록해야 모든 절차를 관리할 수 있다. 2024년 12월부터 post-authorization 절차가 IRIS로 이관되었고, 2026년 Q1부터는 신규 MAA 제출도 IRIS로 이관될 예정이다.
4. Scientific Advice 요청
필요시 EMA에 과학적 자문(Scientific Advice)을 요청할 수 있다. 임상 개발 계획, 생물학적 동등성 설계, CMC 전략 등에 대해 공식적인 EMA 의견을 받을 수 있다. 비용이 발생하지만, 제출 후 거절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한국 스폰서가 자주 겪는 문제와 대응
1. "한국 임상 데이터만으로 충분한가"
EU는 원칙적으로 다지역 임상시험(MRCT) 데이터를 선호하지만, 한국 단일 국가 데이터만으로도 허가가 가능하다. 단, 다음을 충족해야 한다:
- 임상시험 데이터가 ICH E5 원칙에 따라 EU 환자군에 외삽 가능함을 논리적으로 설명
-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GCP 준수 증명
- 약물대동력학·약력학 측면에서 한국인과 EU 인구 간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근거
2. "MFDS 허가 규격이 EU에서 인정되는가"
MFDS 승인 규격이 EP(유럽약전) 또는 ICH 가이드라인과 다를 수 있다. EMA는 MFDS 데이터를 참고하지만, EP 또는 국제 기준에 맞는 독자적인 규격 설정을 요구할 수 있다. 제출 전에 gap analysis를 수행하고, 필요한 추가 시험을 계획해야 한다.
3. "EU 내 법적 실체나 대리인이 없다"
중앙허가에서 MAH(Marketing Authorisation Holder)는 EU/EEA 내에 설립된 법인이어야 한다. 한국 본사가 직접 MAH가 될 수 없으므로,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EU 내 자회사 설립
- EU 내 MAH 서비스 제공 기관과 계약
- 라이선스 파트너(현지 제약사)가 MAH 역할 수행
이 결정은 향후 허가 후 변경관리(variation), 약가 협상, 공급망 운영에 직결되므로, RA팀만이 아니라 BD·법무·공급망 팀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eCTD v4.0 전환: 2026–2027 대응
EMA는 2025년 12월부터 eCTD v4.0을 선택적으로 도입했다. 2027년경 신규 CAP MAA에 대해 v4.0 의무화가 예상된다.
- 2026년 7월: v3.2.2와 v4.0을 모두 지원하는 EU eCTD 검증 기준 업데이트
- 2026년: EMA가 CAP를 대상으로 Forward Compatibility Pilot Phase 3 예정
- v4.0 제출을 원하는 스폰서는 EMA eCTD v4.0 팀에 사전 통보 필요
한국 스폰서는 eCTD v4.0 발행 소프트웨어 도입과 내부 교육을 2026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용 구조
EMA 중앙허가에는 여러 단계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소규모기업(SME)은 할인이 적용된다.
2025년 1월 1일부터 Regulation (EU) 2024/568에 따른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적용된다. 금액은 법적 근거(legal basis)에 따라 다르다.
| 항목 | 일반 기업 | SME 할인 |
|---|---|---|
| 신규 MAA 제출 수수료 | €172,800–€865,200(법적 근거별) | 90% 할인 |
| Eligibility Request(제출 의향 통지) | €8,600 | 무료 |
| Scientific Advice | €51,900–€98,400(3단계) | 무료 |
| PRIME 검토 | 무료 | 무료 |
| 연간 MAH 유지수수료 | €60,300–€232,400(제품당, 법적 근거별) | 면제 |
SME 기준은 EU 내 거점 기준이므로, 한국 본사가 EU 내 SME 자회사를 통해 제출하는 경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음 90일 실행 순서
- 적격성 확인: 제품이 중앙허가 의무 범주인지 선택 범주인지 확인하고, 선택이면 Eligibility Request 제출
- PIP 사전 준비: PDCO에 PIP 제출 또는 면제/연기 요청; 처리에 6–12개월 소요 가능
- Module 3 gap analysis: MFDS 승인 규격과 EP/ICH 기준을 비교, 추가 시험 필요 여부 판단
- EU 내 MAH 구조 결정: 자회사 설립, MAH 서비스 계약, 또는 라이선스 파트너 활용 중 선택
- Pre-submission meeting 요청: 제출 예정일 최소 7개월 전 EMA에 요청
- IRIS 등록 및 eCTD 발행 환경 구축: v3.2.2로 시작하되 v4.0 전환 준비 병행
참고 자료:
- EMA, "Obtaining an EU marketing authorisation, step-by-step"
- EMA, "Pre-authorisation guidance" (2026 CHMP 일정 포함)
- Regulation (EC) No 726/2004
- EFPIA, "Improving Regulatory Timelines to Optimise Patient Access to Innovative Oncology Therapies in Europe"
- EMA IRIS Guide for Applicants V3.12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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