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RF 규제 의존(reliance) 시대: 한국 의료기기 기업이 다국가 등록을 시퀀싱하는 법
IMDRF Reliance Playbook(N89)가 2026년 2월 최종 확정되면서, 한국 의료기기 기업이 MDSAP·STED·reference authority를 활용해 다국가 등록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정리한다.
왜 지금 IMDRF reliance를 이해해야 하나
의료기기 한 품목을 글로벌 20개국에 등록하려면, 과거에는 국가별로 거의 동일한 심사를 반복해야 했다. 분류 기준, 기술문서 포맷, 임상근거 요건, 품질시스템 감사가 겹치면서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 IMDRF(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 의 규제 의존(regulatory reliance) 프레임워크다. 2026년 2월, IMDRF는 Playbook for Medical Device Regulatory Reliance Programs(IMDRF/GRRP WG/N89 FINAL: 2026) 를 최종 확정했다. 이 문서는 규제기관이 타국 규제기관의 심사 결과를 참고해 자체 결정을 내리는 의존(reliance) 프로그램의 설계·운영 방법론을 국제 표준으로 제시한다(IMDRF, 2026).
한국 식약처(MFDS)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MFDS 고시 2026-6은 의료기기 인허가 규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IMDRF STED(Standardized Technical Documentation for Regulatory Submissions)를 의무화하고, 소프트웨어·AI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RegDesk, 2026). 또한 2025년 4월부터 KGMP와 MDSAP 통합 심사를 도입해 수출 지향 제조사의 감사 부담을 줄이고 있다(MFDS IMDRF 발표자료, 2025).
한국 의료기기 기업에게 이 변화는 기회이자 필수 과제다. STED 기반 기술문서, MDSAP 품질시스템, reference authority 승인을 활용하면 동남아·중남미·중동 시장 진입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반대로 이 프레임워크를 이해하지 못하면, 매 국가마다 독자적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구시대적 비용 구조에 갇히게 된다.
규제 의존(reliance)·조화(harmonization)·수렴(convergence)의 차이
IMDRF N89는 세 가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한다(IMDRF/GRRP WG/N89 FINAL: 2026, Table 1):
| 개념 | 정의 | 사례 |
|---|---|---|
| Reliance(의존) | 규제기관이 타국 규제기관의 심사를 참고해 자체 결정을 내리는 것 | 싱가포르 HSA가 FDA 승인을 참고해 약식 심사 |
| Convergence(수렴) | 공유 가이던스와 원칙을 통해 규제 체계를 자발적·점진적으로 정렬 | IMDRF 가이던스 또는 ISO 표준 공동 채택 |
| Harmonization(조화) | 다수 규제기관 간 기술 요건을 공식 통일 | EU 내 CE 마킹 체계 |
한국 기업이 실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reliance다. FDA 510(k) 승인 또는 CE 마킹을 취득한 제품은, reliance를 채택한 규제기관에서 심사 시간 최대 30% 단축, 제출 자료 축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reliance 경로
1. 싱가포르 HSA — ASEAN 허브
HSA는 2026년 3월 제29차 IMDRF 총회를 개최하며, reliance 프로그램의 선도 규제기관이다. FDA 또는 CE 마킹 승인 제품은 Abridged Review 경로로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2026년부터 말레이시아 MDA와 상호 relianc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싱가포르 의료기기 등록부(SMDR)에 등록된 기기는 말레이시아에서 검증 경로(Verification Route)로 등록 가능하다. 실제 심사 시간이 약 30% 단축되었다(MFDS IMDRF 발표자료, 2025).
2. 말레이시아 MDA — HSA 상호 reliance
2026년 정식 시행된 MDA-HSA 상호 reliance에서, 말레이시아 등록부(MDAR)에 등록된 기기는 싱가포르에서 약식 경로로, 싱가포르에 등록된 기기는 말레이시아에서 검증 경로로 진입할 수 있다. CAB(Controlled Application Base) 수수료도 할인된다(Pure Global, 2026).
3. 호주 TGA — MDSAP 활용
호주 TGA는 MDSAP 인증서를 보유한 제조사에 대해 현장 감사 면제를 검토한다. FDA 승인 기기는 TGA에서 reference authority로 활용 가능하다.
4. 브라질 ANVISA — AREE 경로
ANVISA는 2024년 4월 Normative Instruction No. 290에 따라 AREE(Avaliação Regulatória com Ênfase em Evidência) 경로를 도입했다. FDA·CE·TGA 등 승인 기기를 reference로 제출하면 심사가 간소화된다. 하지만 2026년 초까지 제조사 참여율이 기대에 미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Emergo, 2026).
5. 일본 MHLW/PMDA — 2026년 5월부터 FDA 승인 인정
일본은 Cabinet Order No. 362(2025)가 2026년 5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FDA 승인 의료기기에 대해 인정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가이던스는 2026년 하반기에 추가 발표 예정이다(Emergo, 2026).
6. 영국 MHRA — CE 마킹 무기한 인정 검토
영국 MHRA는 EU CE 마킹을 무기한 인정하는 방안에 대한 자문을 진행 중이다. 영국 시장의 의료기기 90%가 CE 마킹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EU MDR 승인이 영국 진입의 핵심 reference가 된다(Emergo, 2026).
MFDS의 IMDRF 정렬: 고시 2026-6과 KGMP-MDSAP 통합 심사
한국 식약처는 2026년 들어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단행했다.
첫째, MFDS 고시 2026-6은 의료기기 인허가 규정을 전면 개정했다. 핵심 변화는 다음과 같다(RegDesk, 2026):
| 항목 | 변경 전 | 변경 후(2026-6) |
|---|---|---|
| 기술문서 포맷 | 국가별 자체 양식 | IMDRF STED 의무화 |
| SaMD 정의 | 별도 규정 없음 | IMDRF 정렬 SaMD 정의 신설 |
| 사전심사 | 비공식적 | 공식화된 pre-submission 절차 |
| 변경관리 | 모호한 기준 | 구조화된 변경 통지 요건 |
| 등급 분류 | 구 분류 규칙 | 신규 분류 규칙 + 희귀질환 경로 확대 |
둘째, KGMP-MDSAP 통합 심사가 2025년 4월부터 도입되었다. 기존에는 KGMP와 MDSAP 심사를 별도로 받아야 했으나, 수출 지향 제조사는 통합 심사로 감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국 내 MDSAP 인정 기관은 TÜV SÜD Korea, TÜV Rheinland Korea 두 곳이다(MFDS IMDRF 발표자료, 2025).
MDSAP를 KGMP 인증에 활용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Emergo, 2024; Asia Actual, 2025):
- 심사보고서가 F0019.1(pdf) 포맷이어야 함
- Grade 5 부적합이 없어야 함
- Section 12에서 Grade 4 부적합이 1건 이하여야 함
- KGMP 인증서 유효기간은 MDSAP 인증서와 동일하게 부여됨
- 단, 갱신 심사는 반드시 현장 심사를 받아야 함
다국가 등록 시퀀스 설계: 5단계 프레임워크
IMDRF N89와 현재 시행 중인 각국 reliance 프로그램을 종합하면, 한국 의료기기 기업은 다음 시퀀스로 다국가 등록을 설계할 수 있다.
| 단계 | 시장 | 접근법 | 예상 타임라인 |
|---|---|---|---|
| 1단계 | 미국(FDA) | 독자 심사: 510(k), De Novo, PMA | 4~18개월(경로에 따라) |
| 2단계 | EU(CE 마킹) | 독자 심사(1단계와 병렬 가능) | 12~24개월(NB에 따라) |
| 3단계 | 캐나다·호주·브라질·한국 | MDSAP 기반 등록 + reference authority 의존 | 시장당 3~9개월 |
| 4단계 | ASEAN(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 FDA/CE 승인 활용 AMDD/CSDT 경로 | 시장당 2~8개월 |
| 5단계 | 일본·중국·인도 | 국가별 독자 제출(reliance 확대 중) | 시장당 6~36개월 |
핵심 전략: 12단계에서 확보한 FDA/CE 승인과 MDSAP 인증을 **34단계의 leverage**로 사용한다. COVID-19 기간 한 제조사는 reliance 경로를 활용해 글로벌 승인 타임라인을 18개월에서 8개월로 단축했다고 보고했다(IMDRF N89, 2026).
한국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
1. STED 기반 기술문서로 전환
MFDS 고시 2026-6에 따라 한국 내수용 제출도 STED 포맷이 의무화되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기회가 된다. 내수용 기술문서를 STED로 작성하면, 해외 제출 시 포맷 변환 비용이 사라진다.
2. MDSAP 인증을 전략적으로 취득
한국 내수만 하는 기업까지 MDSAP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3개국 이상 수출을 계획한다면 MDSAP는 거의 필수다. MDSAP 인증은 미국(FDA), 캐나다(Health Canada), 호주(TGA), 브라질(ANVISA), 일본(MHLW) 5개국에서 품질시스템 감사로 인정된다. 한국에서는 KGMP-MDSAP 통합 심사로 효율화도 가능하다.
3. Reference authority 전략 수립
FDA 510(k)와 CE 마킹 중 어느 쪽을 먼저 취득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 FDA 510(k) 먼저: predicate 기기가 명확하고, 미국 시장이 최우선인 경우. 이후 싱가포르·호주·브라질에서 reference로 활용.
- CE 마킹 먼저: EU MDR 임상근거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EU+영국+튀르키예 직접 인정이 필요한 경우. 이후 중동·아프리카·동남아에서 reference로 활용.
포트폴리오 규모가 큰 기업은 양쪽을 병렬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4. Reliance 가능 국가 목록 관리
FDA 승인과 CE 마킹이 각각 어느 국가에서 reference로 인정되는지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2026년 5월 기준 대략적인 정리(Pure Global, 2026; Emergo, 2026):
| Reference | 직접 인정 | 유력한 지원 |
|---|---|---|
| CE 마킹 | 튀르키예, 알바니아, 북아일랜드 | 영국(2030.6까지), 스위스,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인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우디, UAE,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
| FDA 승인 | 이스라엘, 일본(2026.5~) | 사우디,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호주, 캐나다, 대만, 홍콩, 한국 |
이 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확장된다. 의료기기 규제기관 간 다국가 등록 전략과 국가별 의료기기 승인 요건의 비교·분석이 필요한 경우, MedDeviceGuide의 글로벌 의료기기 등록 가이드에서 FDA·EMA·TGA·HSA 등 주요 규제기관의 등록 절차와 데이터 요건을 국가별로 확인할 수 있다.
실무에서 자주 생기는 오해
"MDSAP만 있으면 모든 국가에서 감사 면제"
아니다. MDSAP는 품질시스템 감사에 한정된다. 제품 등록(기술문서 심사)은 각국에서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갱신 심사 시 반드시 현장 심사가 필요하다.
"CE 마킹만 있으면 EU 전체 진입 완료"
EU MDR 2017/745에 따라 CE 마킹은 EU 전체에서 유효하지만, 국가별 추가 요건(언어, 등록, UDI/Eudamed 등록, 책임자 지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영국은 별도 UKCA 또는 CE 인정이 필요하다.
"Reliance 경로는 심사 면제"
아니다. Reliance는 심사 간소화이지 면제가 아니다. 규제기관은 여전히 최종 결정권을 보유하며, 추가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 심사 대비 시간과 자료가 현저히 줄어든다.
확대되는 글로벌 reliance 환경: 한국 기업이 주목할 추가 시장
한국 의료기기 기업이 고려할 만한 reliance 확장 국가들이 늘고 있다.
멕시코 COFEPRIS는 2025년 FDA, PMDA, Health Canada, IMDRF 회원국 승인을 인정하는 약식 등록 경로 가이던스를 발표했다(RegDesk, 2025). FDA 승인 한국 의료기기는 멕시코에서 간소화된 절차로 등록이 가능하다.
남아공 SAHPRA는 2025년 말 draft reliance 가이던스에 대한 공개 의견 접수를 마감했으며, 2026년 중 reference authority 승인을 활용한 간소화 심사 도입을 준비 중이다(RegDesk, 2025). 아프리카 최대 의료기기 시장에서 reliance가 도입되면, 기존 FDA/CE 승인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 새로운 진입 기회가 열린다.
EU EUDAMED 의무 등록(2026년 5월 28일~) 도 한국 의료기기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Decision (EU) 2025/2371에 따라 Actor Registration, UDI/Devices, Notified Bodies & Certificates, Market Surveillance 4개 모듈이 의무화된다. 신규 MDR 기기는 EU 시장 출시 전 EUDAMED 등록이 필수이며, 기존 기기는 2026년 11월 28일까지 등록해야 한다(Pure Global, 2026). 이는 CE 마킹 취득 이후에도 별도 데이터 준비 작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다음 90일 실행 순서
- 0~30일: 현재 보유 기술문서를 STED 포맷으로 gap analysis. MFDS 고시 2026-6 요건과 정렬.
- 30~60일: MDSAP 인증 필요성 평가. 3개국 이상 수출 계획이 있으면 인증 일정 수립. KGMP-MDSAP 통합 심사 대상인지 확인.
- 60~90일: 목표 시장별 reference authority 전략 수립. FDA 우선 vs CE 우선 vs 병렬. Reliance 가능 국가 리스트 작성. EUDAMED 등록 준비 상태 점검.
참고 출처
- IMDRF/GRRP WG/N89 FINAL: 2026, Playbook for Medical Device Regulatory Reliance Programs, 2026년 2월. imdrf.org
- MFDS 고시 2026-6, 의료기기 인허가 규정 개정. 식품의약품안전처, 2026.
- RegDesk, "MFDS Notice 2026-6: New Medical Device Requirements," 2026.
- RegDesk, "2025 Global Medical Device Regulatory Updates," 2025.
- Emergo by UL, "South Korea Regulator Accepts MDSAP Certificates Eliminating On-Site K-GMP Audits," 2024.
- Emergo by UL, "2026 Commences with a Look Back, a Look Forward and New Legislation and Guidance," 2026.
- Asia Actual, "Leveraging MDSAP for KGMP Certification," 2025.
- Pure Global, "How to Use Your FDA and EU Medical Device Approvals to Access 25+ Markets," 2026.
- MFDS, "Regulatory Update on Medical Devices in the Republic of Korea," IMDRF 29th MC Meeting, 2025.
- AAMI, "FDA Weigh in on IMDRF and MDSAP at neXus 2026,"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