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계약 종료 시 남은 재고: 반품과 판매 유예기간 점검

의료기기 유통계약 종료 시 창고에 남은 재고는 재판매와 위탁판매 구조에 따라 반품 가능 여부가 갈립니다. 실제 계약 문언 4종 비교와 대리점법·EU MDR 규제 기준, 실무 체크리스트를 점검합니다.

물류 창고 팔레트 위에 적재된 의료기기 재고 박스와 반품 회수 및 판매 유예 경로를 상징하는 갈림길 바닥 조명, 서류 점검용 책상과 벽시계

계약이 끝나도 재고는 남는다: 반품과 판매 유예, 무엇을 결정하나

한국 의료기기 및 제약 바이오 제조사가 국내 대리점이나 해외 독점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종료(만료 또는 중도 해지)할 때, 실무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단연 유통사 창고에 남아 있는 미판매 잔여 재고(Unsold Leftover Inventory)의 처리 방식입니다. 유통사는 영업권 상실과 자금 회수를 위해 제조사에 전량 반품(재구매) 및 대금 환불을 요구하는 반면, 제조사는 이미 확정된 매출의 취소, 재고 보관 중 발생한 변질 리스크, 단종 모델의 재고 인수 부담을 이유로 반품을 거절하고자 합니다.

유통계약 종료 시점에 남은 재고를 정리하는 실무적 경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제조사가 재고를 다시 사들이는 반품 및 재구매(Buy-back), 둘째는 계약 종료 후 일정 기간 동안 유통사가 기존 고객과 병원 채널에 남은 물량을 소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매 유예기간(Sell-off period), 셋째는 현행 정상 제품은 유예기간 동안 소진하고 잔여 적격 재고만 할인된 가격으로 재구매하는 병행(Hybrid) 방식입니다. 계약서에 사후 재고 처리에 관한 명시적 조항이 없다면, 당사자는 종료 협상 국면에서 법률적 소유권 관계와 규제 준수 책임을 두고 완전히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실무 원칙은, 잔여 재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업계의 막연한 관행이나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거래의 법적 구조(재판매인가 위탁판매인가)'와 '계약서에 명시된 정밀한 문언'이라는 사실입니다. 나아가 의료기기 산업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유통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식약처 공급내역 보고, 수입·출고 기록 보존, 인허가 등록증(Registration License) 소유권, 해외 시장 배치(Placing on the market) 규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작동합니다.

flowchart TD
    A["유통계약 종료 국면 (만료 또는 해지)"] --> B{"거래 구조 확인"}
    B -->|"재판매 (Buy-Sell)"| C["소유권 유통사 이전: 법상 당연 반품권 부존재"]
    B -->|"위탁판매 (Consignment)"| D["소유권 공급자 유보: 원칙적 전량 회수 대상"]
    C --> E{"계약서 내 재구매 조항 유무"}
    E -->|"명시적 조항 있음"| F["재구매 요건 심사 (자격, 산식, 기한, 예외)"]
    E -->|"조항 부재 / 침묵"| G["판매 유예기간(Sell-off) 또는 정산 협의"]
    D --> H["합리적 이유 없는 반품 거부 시 대리점법 제9조 위반 리스크"]
    F --> I["반품·재수입 실행: 관세법 제99조 면세 및 UDI 확인"]
    G --> J["판매 유예 실행: 재판매가격유지·경영간섭 규제 점검"]
    H --> K["최종 정산 합의 및 잔여 재고 실사 완료"]
    I --> K
    J --> K
유통계약 종료 시 의료기기 잔여 재고 처리 의사결정 흐름도

먼저 구조를 확인한다: 재판매인가, 위탁판매인가

계약 종료 통보를 준비하거나 통보를 받은 즉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법적 팩트는 해당 계약이 재판매(Resale / Buy-Sell) 구조인가, 위탁판매(Consignment) 구조인가입니다. 거래의 법적 성격에 따라 반품의 법률상 '기본값(Default Rule)'이 180도 달라집니다.

재판매 구조에서는 유통사가 자기의 명의와 계산으로 공급업자로부터 물품을 매입합니다. 대금을 결제하고 물품을 인도받는 순간 물품의 소유권은 유통사로 완전히 이전됩니다. 따라서 매매계약의 법리상 물품에 숨은 하자가 있거나 계약상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유통사는 공급자에게 잔여 재고를 되사가라고 강제할 법률상 당연한 권리가 없습니다. 공급업자 역시 계약상 의무가 없다면 반품을 수용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반면 위탁판매 구조에서는 유통사가 공급업자의 명의나 계산으로 판매를 대행하고 판매 수수료를 취득합니다. 제품이 최종 구매자(병원, 클리닉)에게 판매되기 전까지 물품의 법적 소유권은 여전히 공급업자에게 유보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이 종료되면 유통사 창고에 보관된 재고는 공급업자의 고유 자산이므로 공급업자가 이를 전량 회수해 가는 것이 원칙이며, 유통사는 이에 협조할 보관인의 의무를 집니다.

이러한 법적 기본값의 격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KOFAIR)의 실제 분쟁조정 실무에서도 극명하게 확인됩니다. 위탁판매 대리점 계약 종료 사안에서 조정원은 위탁 대리점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재고 반품을 공급업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회피·거부하는 행위는 대리점법 제9조의 불이익 제공행위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공급업자가 재고 전량을 반품받고 정산 대금 500만 원을 지급하는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반면 재판매 대리점의 계약 해지 및 반품 거절 분쟁에서는 조정원이 '재판매 거래 특성상 소유권이 대리점에게 이전되었으므로 반품 청구가 본질적으로 곤란하며, 설령 반품을 협의하더라도 제품의 감가상각과 시장 가치 저하가 반품 대금 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에서는 공급업자가 잔여 미수채권을 공제한 후 800만 원을 지급하고, 대리점의 영업 손실을 완화하기 위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하여 남은 재고를 시장에서 처분하도록 합의 종결되었습니다.

한국 법 기준점: 대리점법이 요구하는 서면 계약의 반품조건

국내 시장에서 의료기기 대리점망을 운영하는 공급업자(제조사 및 총판)라면 반드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의 강행규정을 숙지해야 합니다. 대리점법은 대리점거래를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에 상품 또는 용역의 재판매 또는 판매 위탁을 위하여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약을 체결하여 반복적으로 행하는 거래'로 포괄 정의하며, 서면 계약의 체결과 교부를 강력하게 통제합니다.

대리점법 제5조(계약서의 작성·교부 및 보관)에 따르면, 공급업자는 계약 체결 즉시 법정 기재사항이 명시된 서면 계약서를 대리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법정 기재사항 중 하나가 바로 제5조 제1항 제4호의 '상품의 반품조건'입니다. 계약해지의 사유와 절차는 같은 항 제6호입니다. 공급업자는 대리점거래가 종료된 날부터 3년간 계약서를 보관해야 합니다(제5조 제3항). 이 호 번호는 2026년 9월 24일 기준 현행 조문입니다. 법령 연혁상 2026년 10월 2일 시행 개정이 있으므로, 그 날짜 이후에는 조문과 과태료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제5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면 5,000만 원 이하, 제3항의 보관 의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제32조 제1항 제4호·제5호). 반품조건을 빠뜨린 서면은 교부 의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문언이 모호하다는 사정만으로 과태료가 자동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자인 경우 등 법 제3조의 적용 제외도 있어, 국내 대리점거래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기기 유통 현장에서 재고 반품 분쟁은 단순한 이론적 가정이 아닙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2월 대리점법 시행 이후 2022년까지 접수된 누적 분쟁조정 신청 419건 중 의료기기 분야가 13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의료기기 대리점이 공급업자의 과도한 재고 확보 요구(밀어내기)에 따라 매입했던 재고를 계약 종료 국면에서 반품하려 했으나 공급업자가 이를 거절하여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례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조정원은 공급업자의 행위가 대리점법 제6조의 구입강제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급업자가 일부 재고를 재매입하고 잔여 재고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합의를 권고했습니다.

국내 유통망의 규제 환경 변화와 유통 추적성 체계에 관한 상세한 법적 배경은 한국 의료기기법 개정과 유통 추적성·QMS 규제 가이드를 통해 추가로 교차 점검할 수 있습니다.

판결문이 보여주는 재구매 조항: 예외 문언 하나로 좌우되는 청구

재판매 계약에서 유통사가 계약서상 '재구매 조항(Buy-back clause)'을 근거로 반품을 요구하더라도, 법원은 문언의 형식적 존재뿐만 아니라 조항 내에 설계된 예외 요건(Exception Clause)의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합니다.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제 판례가 바로 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31323 판결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해외 공급업자는 국내 대리점과 체결한 배급·판매대리 계약을 60일 전 서면 통지로 해지했습니다. 계약서 제21조에는 '공급업자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 재고에 한하여 어떠한 수수료나 공제 없이 전액 재구매하여야 한다'는 명시적인 공급자 재구매 의무가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대리점은 이 조항을 근거로 미판매 재고 대금 98,384,962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리점의 1억 원에 달하는 재구매 청구를 전액 기각했습니다.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계약서 제21조 말미에 삽입된 단서 조항이었습니다. 계약서에는 '단, 개별적인 가격 협상을 통해 정가(List Price)보다 낮은 할인 가격으로 공급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공급자에게 재구매 의무가 없다'는 예외 문언이 존재했습니다. 법원은 대리점이 보유한 잔여 재고가 표준 정가가 아닌 프로젝트별 할인 협상을 통해 저가로 매입된 물량이라는 점을 인정하여, 단서 조항에 따라 공급자의 재구매 의무가 면책되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계약에 정해진 60일 전 사전 통지 절차를 준수한 해지는 적법하며,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대리점이 이미 적법하게 매입한 재고를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예외 문언이 재구매 청구를 기각시킨 개별 사례입니다. 같은 판결은 준거법을 캐나다 온타리오주법으로 보고 국내 약관규제법 적용을 배제했으므로, 한국법상 재판매 계약의 일반 원칙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반면, 계약 해지 통지 절차 자체가 불공정하게 설계된 경우에는 재고 처리 조항 이전에 해지의 효력 자체가 다툴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두1604 판결은 판매대리점 약관에서 사업자가 2개월 전 서면 예고만으로 특별한 귀책사유 없이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실질적으로 사업자 편의로만 작동하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약관규제법 사안이라 개별 교섭된 해외 계약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약관으로 제시하는 해지 조항은 예고 기간과 해지 사유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계약 문언 4종 비교: 반품 의무, 재구매 산식, 판매 유예기간

공개된 유통계약은 사후 재고 조항을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 보여 줍니다. 아래 4건은 SEC EDGAR에 제출된 실제 문언과 ICC 모델 기반 계약입니다. 대부분 의료기기가 아닌 업종이고, 의료기기 업계의 표준이나 권고가 아닙니다. 같은 필드로 비교할 수 있는 네 가지 문언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분계약 유형 및 출처대상 재고 자격 요건가격 산식 및 비용 공제행사 기한 및 처분 기간핵심 통제 및 면책 문언
패턴 1ICC 모델 배급계약 (SEC Exhibit 10.1 Art 22.2)여전히 판매 중인 현행 제품, 미사용 새 상태, 원 포장 유지 품목원 매입가(Original Price) 전액 재구매, 별도 수수료 공제 없음종료 즉시 유통사가 선택권(Option) 행사유통사의 선택권으로 공급자 강제, 단 단종 모델 및 개봉품은 원천 배제
패턴 2옵션형 재구매 및 재입고 수수료 (SEC Exhibit 10.2 Sec 6.05)원 상태 및 원 용기 유지, 공급자의 엄격한 품질 검사 합격 품목매입가와 현재 도매가 중 최저가 기준, 운임·보험료 공제 + 20% 재입고 수수료 차감공급자가 30일 내 옵션 미행사 시 유통사에 1년 처분 기간 부여재구매는 공급자의 '권리'일 뿐 의무가 아님(Sole Option), 하자품 무급 거부
패턴 3270일 반품 한정 및 판매간주 (Navarre-eGames Sec 6.4)계약 기간 중 정식 발주되어 유통사 창고에 입고된 미판매 재고기존 계약 공급 단가 기준 정산, 반품 승인 번호(RMA) 발급 필수종료 효력일로부터 270일 이내에만 반품 승인 요청 가능기한 내 승인 미요청 재고는 '판매 완료(Deemed Sold)'로 간주, 영구 반품 불가
패턴 424개월 장기 판매 유예기간 (SEC Exhibit 10.9 Sec 12.06)만료 시점에 유통사 및 하위 서브딜러가 보유한 정품 완제품 재고공급자 재구매 없음(유통사가 시장 판매 대금을 전액 직접 취득)종료일로부터 최장 24개월간 비독점적 판매 유예(Post-term resale)유통사의 중대한 계약 위반 해지 시 유예권 즉시 박탈, 상표권은 소진 목적으로 한정

공급자 입장에서 인수 의무를 피하기 쉬운 예시는 패턴 2(SEC Exhibit 10.2 Section 6.05)입니다. 재구매를 회사의 선택적 권리로 두고, 매입가와 현재 도매가 중 낮은 금액에서 운임·보험료와 20% 재입고 수수료를 빼는 구조입니다. 이 비율과 산식은 그 계약의 합의일 뿐 의료기기 계약의 기준이 아닙니다.

반면 유통사의 반품 요구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협상 국면이라면 패턴 3(Section 6.4)의 '판매 간주(Deemed Sold) 조항'이 같은 설계의 한 예입니다. 반품 청구 기간을 계약에서 정하고, 그 기간 안에 반품 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재고는 판매된 것으로 본다는 문언이 공개 계약에 있습니다. 비교 표의 해당 계약은 종료 후 270일입니다. 60일이나 90일은 그 계약의 숫자가 아닙니다.

판매 유예기간의 조건 설계: 가격, 채널, 상표, 그리고 경쟁법 점검

재구매 자금 지출을 피하고 유통사가 보유한 재고를 시장에서 정상 소진하도록 유도하는 판매 유예기간(Sell-off period)은 매우 널리 활용되는 대안입니다. 그러나 공급업자가 유통사의 재고 덤핑이나 브랜드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에 무리한 통제 장치를 부가할 경우, 공정거래법 및 대리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치명적인 법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됩니다.

1) 가격 하한 통제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금지

공급업자가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유통사에게 '기존 공급가 이하로 덤핑 판매하지 말 것'이나 '지정된 권장소비자가격 이하로 할인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유통사가 자기 계산으로 매입한 재판매 거래에서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6조가 엄격히 금지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도 안내 페이지는 제약사가 의약품 도매상에게 보험약가 수준의 재판매가격을 유지하게 한 사건에서 시정명령과 15억 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같은 페이지는 디지털 피아노 대리점에 온라인 최저 판매가격을 지정한 사건에서 1억 6,600만 원의 과징금을 소개합니다. 판매 유예기간이라도 재판매 가격을 강제하는 조항은 공정거래법 제46조의 검토 대상입니다.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격 조건을 넣기 전에 그 조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2) 판매처 및 영업 지역 제한과 경영간섭 리스크

유예기간 동안 기존 유통사가 신규 지정된 신규 총판의 영업 구역이나 특정 종합병원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판매처를 제한하는 조치 역시 고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2020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의료기기 수입 시장 1위 사업자인 메드트로닉코리아에 대해 대리점별로 판매할 병원과 영업 지역을 일방적으로 지정·제한하고, 대리점의 상세 판매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7,0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의 '대리점분야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은 대리점에게 거래처 내역, 상품 판매가격, 금융거래 정보 등을 요구하는 행위를 대리점법 제10조의 경영활동 간섭 예시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산을 위한 객관적 재고 수량 확인을 넘어, 유통사가 어느 병원에 얼마에 재고를 납품했는지까지 강제로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위법한 경영간섭으로 볼 위험이 있습니다.

3) 전문 딜러 일괄 매각(Bulk Sale)과 계약 잠탈 리스크

유통사가 유예기간 종료 직전에 미소진 재고를 전문 땡처리 딜러나 비공식 유통상에게 헐값으로 일괄 매각(Bulk Sale)하는 행위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시장 가격 붕괴를 초래합니다. 차앤권 법률사무소의 실제 자문 사례에 따르면, 유통사가 잔여 재고를 제3자에게 일괄 매각한 후 계약 종료 이후 해당 물량을 우회 재매입하여 암시장에 유통하는 구조는 계약상 사후 유통 금지 조항의 '실질적 잠탈(Sham Transaction)'로 평가되어 계약 위반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계약서에는 (1) 잔여 재고의 일괄 매각 시 공급업자에게 서면 사전 승인권을 부여하거나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유보하고, (2) 유예기간 종료 즉시 모든 상표, 로고, 홍보물 사용권을 영구히 회수하며 웹사이트 및 카탈로그의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명시해야 합니다. 해외 유통사 계약 시 필수적인 조항 설계 기법은 미국 의료기기 유통계약 핵심 조항 가이드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의료기기 오버레이 1. 국내: 판매업 신고와 공급내역 보고는 계속 적용된다

의료기기 유통계약 종료 실무에서 자주 빠지는 점은 민사상 유통계약이 해지되어도, 남은 재고를 계속 공급하는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일부 규제 의무는 남는다는 점입니다.

첫째, 의료기기법 제31조의2에 따른 '의료기기 공급내역 보고 의무'입니다. 의료기기 제조업자·수입업자·판매업자·임대업자가 의료기관이나 판매업자·임대업자에게 공급하면 식약처에 공급내역을 보고해야 합니다. 다만 시행규칙 제54조의2는 보고 대상을 인체이식형 3·4등급, 요양급여 치료재료로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합니다. 모든 재고의 모든 출고가 자동으로 보고 대상은 아닙니다. 보고 항목과 기한은 그 규칙과 서식을 따르며, 계약이 끝났다고 보고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둘째,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제33조에 따른 품질 및 출고 기록 보존 의무입니다. 이 조문은 판매업자가 아니라 수입업자의 준수사항입니다. 수입·품질검사의 수입단위별 기록과 고객 불만처리 기록을 작성해 수입일부터 5년(제품 수명이 더 길면 그 기간) 보존해야 합니다. 판매업자의 기록 의무는 별도 조문입니다. 출고 제품의 회수 등 시정은 해당 조문이 요구하는 범위에서 계약 종료와 무관하게 남을 수 있으므로, 창고의 로트별 입출고 기록은 정산 대조의 기초 자료로 먼저 확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의료기기법 제17조에 따른 '판매업 신고 유지'입니다. 유통사가 판매업 신고를 폐업 처리하면, 남은 재고를 계속 판매할 법적 지위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법 제17조는 판매업을 영업소마다 신고하도록 하고, 폐업·휴업 신고를 같은 조에서 다룹니다. 잔여 재고를 유예기간에 팔려면 신고 유지와 정산 일정을 맞춰야 합니다.

의료기기 오버레이 2. 해외: 이미 시장에 배치된 재고와 등록 소유권

해외 시장에서 현지 독점 유통사와의 계약을 종료할 때는 유럽 EU MDR과 국가별 제품 인허가 등록증(Registration License)의 규제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1) EU MDR: 개별 기기 단위의 '시장 배치' 논리

유럽연합 의료기기 규정(EU MDR 2017/745) 적용 환경에서 유럽 위원회 가이드라인 MDCG 2021-27 Rev.1은 중요한 규제 해석 기준을 제공합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장 배치(Placing on the market)'는 모델 단위가 아니라 '개별 기기(Individual Device Unit)' 단위로 엄격히 판정됩니다.

즉, 종료 전에 이미 EU로 수입되어 시장에 배치된 개별 기기는, 규제 해석상 그 뒤에도 공급될 수 있습니다. 계약이 판매를 금지하면 그 계약 문언이 우선합니다. 유통사는 기기를 시장에 제공하는 동안 EU MDR Article 14가 정한 유통사 의무를 유지합니다. 규제상 공급이 가능하다는 말과, 계약이 판매를 금지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의무는 재고가 소진된 뒤에도 영원히 남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면, 계약 종료 이후 한국 본사에서 새롭게 선적되어 EU로 수출되는 물량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수입자(Importer, Article 13)의 지정이 필수적입니다. 동일한 개별 의료기기 시리얼 단위에는 오직 단 하나의 수입자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수입자 지정 및 역할 분담 체계는 해외 의료기기 수입자 선정 및 계약 가이드와 미국 Initial Importer 및 US Agent 역할 분담 분석을 통해 심층 검토할 수 있습니다.

2) 해외 인허가 등록 소유권(License Holding)과의 결합 리스크

더 어려운 경우는 현지 등록증을 기존 유통사가 보유한 시장입니다. 태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등록 이전이 복잡한 곳에서는 남은 재고 매입과 등록 양도가 한 협상에서 엮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국가별 절차를 새로 조사하지 않았고, 아래 기존 글로 범위를 넘깁니다.

이러한 파트너십 교체 국면의 등록권 방어 전략은 각국 규제 환경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됩니다:

반품을 선택했을 때: 관세, 물류, 부가세 점검

해외 유통사로부터 남은 재고를 반품받아 국내로 다시 반입하기로 합의했다면, 물류와 세무 측면에서 반드시 관세법 제99조의 '재수입면세' 요건을 정밀 검토해야 합니다.

1) 관세법 제99조 재수입면세 요건과 면제 제외 사유

관세법 제99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물품으로서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다시 수입될 때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 1. 해외에서 제조·가공·수리 또는 '사용되지 아니하고' 원상태 그대로 반입될 것.

  • 2. 수출신고 수리일로부터 2년 이내에 다시 수입될 것(수출신고필증 매칭 필수).

그러나 실무상 치명적인 예외가 존재합니다. 해당 물품이나 원자재에 대해 수출 시 관세 감면을 받았거나 관세 환급(Drawback)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재수입면세에서 빠지거나 이미 돌려받은 세액을 다시 내야 할 수 있습니다. 관세 면제와 부가가치세, FTA 세율은 별개입니다. 부가세가 자동으로 면제되거나 항상 10%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건별로 관세사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2) 역물류(Reverse Logistics) 비용과 현지 폐기(Scrapping) 비교

멸균 포장 소모품이나 콜드체인 체외진단 시약은 왕복 운임, 보관료, 온도 기록 확인, 국내 재검사 비용이 잔존 가치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 비교는 품목마다 따로 해야 하며, 항상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온도 이탈이 있는 바이오 제품의 역물류는 한국 바이오의약품 반품 역물류 SOP 및 온도 이탈 대응 가이드에서 상세한 표준 작업 지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짧거나 운송비가 큰 품목은 현지 폐기(Local Scrapping)를 국내 반입 대신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폐기한다면 시리얼·로트, 폐기 증명과 사진을 남기는 것이 수량 정산의 증빙이 됩니다. 법인세법상 손금 인정 여부는 이 글의 조사 범위가 아니므로 세무 확인이 필요합니다.

분쟁 전에 끝내기: 관할과 준거법, 소송 실례, 종료 점검 체크리스트

유통계약 종료 시 재고 문제는 단순한 운영상 마찰을 넘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국제 소송으로 비화되는 뇌관입니다. 이를 입증하는 최근의 대표적 소송 실례가 2024년 12월 18일 미국 푸에르토리코 연방지방법원에 제소된 R.M.C. Orthopedic and Surgical Inc. v. Stryker Corporation et al (사건번호 3:24-cv-01579) 사건입니다.

정형외과 의료기기 독점 유통사 RMC는 1991년부터 30년 넘게 이어온 Wright Medical(Stryker에 인수) 독점 유통 계약의 부당 해지를 이유로 총 49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팩트는, 유통사가 청구한 총 손해액 중 미판매 재고 120만 달러가 상실 이익 210만 달러, 영업권 160만 달러 등과 함께 총 490만 달러 청구의 한 항목으로 주장되었다는 점입니다. 푸에르토리코 Act 75가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는 미판매 재고가 청구 항목으로 주장되었습니다.

그러나 관할 및 준거법 조항이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Puerto Rico Surgical Technologies, Inc. v. Applied Medical Distribution Corp. 사건에서 미국 연방법원은 계약서에 기재된 캘리포니아주 배타적 관할 합의 조항을 근거로 푸에르토리코 딜러보호법(Law 75) 소송 자체를 각하했습니다. 아울러 유럽연합 상업대리인 지침(86/653/EEC)은 대리인에게 법정 보상금을 부여하지만, 자기 계산으로 매입·판매하는 독립 유통사(Distributor)에게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의 독립계약자 지위와 관할·준거법 조항은 종료 분쟁의 법원과 적용 법을 바꿉니다. 배타적 관할 합의로 Law 75 청구 소송이 각하된 사례가 있습니다. 관할 조항이 모든 청구의 승패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라이선스 해지와 유통 종료를 함께 보려면 제약바이오 라이선스 해지 권리 및 계약 사후관리 분석을 참조하십시오.

유통계약 체결 및 종료 시점 12대 필수 점검 체크리스트

계약 체결 단계에서 사후 조항을 작성할 때, 혹은 계약 종료 통보를 앞두고 재고 정산안을 수립할 때 공급업체 경영진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12가지 실무 필드입니다:

  1. 1. 거래 구조 확정: 소유권이 이전되는 재판매인가, 소유권이 유보되는 위탁판매인가를 계약서 서두에 명확히 정의.

  2. 2. 재구매 권한의 주체: 재구매를 유통사의 청구권이 아닌 '공급업자의 선택적 권리(Option, but not obligation)'로 규정.

  3. 3. 대상 재고 자격 요건: 미개봉 원포장, 현행 판매 모델, 잔존 유효기간처럼 자격 필드를 계약에 적을 것. 12개월 같은 숫자는 법령 기준이 아니라 당사자 합의다.

  4. 4. 재구매 가격 산식: '원 매입가와 현재 도매가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설정하여 시장 가치 하락분을 반영.

  5. 5. 공제 비용의 분담: 재입고 수수료, 반품 운임, 보험료, 재검사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적을 것. 공개 계약 한 건은 20% 재입고 수수료를 뺐다. 15%는 그 사례의 숫자가 아니다.

  6. 6. 반품 청구의 엄격한 시효: 종료일부터 며칠 안에 반품 승인을 받지 않으면 판매된 것으로 볼지 적을 것. 공개 사례는 270일이다. 60일·90일은 그 계약의 기한이 아니다.

  7. 7. 판매 유예기간의 적정성: 유예기간을 계약에 숫자로 적을 것. 조정 사례에는 3개월, 공개 계약에는 1년 처분 기간과 24개월 유예가 있다. 3~6개월이 통상의 상한은 아니다. 중대한 위반 해지 때 유예가 사라지는지도 함께 적는다.

  8. 8. 경쟁법 및 대리점법 준수: 유예기간 중 재판매가격유지(최저가 강제) 및 부당한 거래처 배제 등 경영간섭 행위를 원천 배제.

  9. 9. 상표 및 마케팅 권한 소멸: 유예기간 종료 즉시 모든 상표·로고 사용권을 회수하고 온·오프라인 게시물 및 카탈로그 삭제를 의무화.

  10. 10. 국내외 의료기기 규제 인계: 공급내역 보고는 시행규칙 제54조의2의 대상 기기인지 확인하고, 수입업자의 5년 기록은 시행규칙 제33조 범위인지 구분할 것. EU에서는 이미 배치된 기기의 Article 14 의무와, 이후 선적의 새 수입자 지정을 나눌 것.

  11. 11. 미수금과의 상계 정산: 확정된 반품 대금을 유통사가 본사에 지급해야 할 기존 외상매출금(미수채권)과 우선 상계 처리.

  12. 12. 적법한 해지 통지 절차: 계약이 정한 사전 서면 통지 기간을 지킬 것. 서울고법 2009나31323의 계약은 60일이었다. 60~90일이 모든 계약의 기준은 아니다. 약관으로 제시하는 국내 해지 조항은 2001두1604의 한계를 따로 본다.